[기고] 당연한 것은 없다
- 하나, 둘, 셋, 넷… 아직이야? … 여덟, 아홉? 아직?! - 대박, 절반이 사라졌네. 변기 뚜껑을 열고 물을 붓는 장군을 채근하자 그가 답했다. 세상에, 시원하게 변기 한 번을 내리기 위해 자그마치 열 바가지의 물이 필요하다니.. 동티모르에서라면 샤워도 너끈히, 설거지는 몇 번을 했을 텐데. 본의 아니게 고작 두 사람이 사는 데 얼마나 물을 많이 쓰는지 매일 실감하는 중이다. 지난 여름, 상황을 기회 삼아 도시를 벗어나 보자며 이사를 했다. 행정 구역은 신도시지만 이웃은 다섯 집이 전부이고 집 앞 모퉁이를 돌면 꽤 넓은 논이 펼쳐지는, 나지막한 산 아래의 한옥집이었다. 한적함을 만끽하며 두 계절을 신나게 지내고 난 뒤, 우리에게 첫 위기가 닥쳤다. 시나브로 가늘어지나 싶던 욕실과 부엌의 물줄기가 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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