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매일만감(每日萬感)

왕만두가 태어났습니다


중화만두탄생 




우리 가족에 손님이 왔다.
아주 멀리서 온, 우리가 오래 기다린 신기한 손님.

그 부모들은 첫 날부터 누나 이상해 머리가 감자 같아, 얼굴이 찌그러졌어 하더니 
결국 사진과 함께 메일을 이렇게 보내서 우리를 뿜게 만들었다.
늬들 달콩이한테 이른다,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면 처음엔 다 그렇다던데, 
너 태어났을 때보다 훨씬 잘 났을 걸. 

2010년 9월 24일, 사랑하는 내 첫 조카가 세상에 나왔다.
 
어젠, 잘 낳았어요 언니! 하는 씩씩한 혜연의 목소리를 듣다가 내가 울어버리고 말았는데 
오늘은 내 동생이 보낸 500메가 파일을 느리디 느린 이 곳 인터넷으로 내려 받는 내내 몹시 두근두근.

우리 친구 H, 또 다른 친구 H, 회사 동료 E 까지 
우리 주변엔 유독 제 자식은 기약 없이 동생을 통해 조카를 먼저 보는 험한 세월을 사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
그들은 "처지에 안 맞게 무조건적인 모성애 부성애가 발현되므로 주의하라"는 경고를 여러 번 했었다.

오늘 패딩턴 마켓에 갔었는데 어제 달콩이 탄생 소식을 들은 터라
눈에 들어오는 건 아가 옷, 아가 장난감, 아가 턱받이, 아가 속싸개밖에 없다.
돈도 없으면서 한국에도 다 있는 쓸데없이 비싼 거, 좋은 것도 아닌 거 샀다고 나중에 엄마한테 혼날까 봐 
계속 손이 가는 걸 꾹꾹 눌러 참았다. 실은 발리에서 이미 베이비용 해먹을 지른 바 있으므로.

자, 
왕만두, 감자 머리 달콩이 첫째 날 인증 샷.



환영한다 우리 아가 ㅡ 우리에게 와 줘서 정말 고마와.
여기, 아주 좋은 곳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, 
네게 좀 더 좋은 세상이도록, 엄마 아빠랑 고모 고모부가 좀 더 열심히 살아 볼게.
그나저나 옆에 없다고 고모와 고모부가 뭐에 쓰는 말인지 모르면 안 돼, 응?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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