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호주 (Australia, '10.09-'11.03)

시드니 새 해 전야제, 불꽃놀이

2010년 마지막 날엔 시드니의 불꽃놀이를 즐기러 하버브리지에, 2011년 첫 날엔 블루마운틴에 다녀왔습니다. 생각해 보니 장군과 애비 둘이서만 한 해의 마지막날과 새 해 첫 날을 지내는 것이 처음이더군요. 결혼 전엔 각자의 집에서 보내며 통화만 했고, 결혼하고는 늘 친구들과 함께였고요. 아마 앞으로 오래도록 단 둘이 보낼 새 해는 오지 않겠지요? 그런 의미에서 허전한 마음은 던져 놓고 무조건 즐겁고 행복하게 즐기기로 했습니다.

31일, 새 해 전야제 불꽃놀이(New Year's Eve Fireworks) 날입니다. 시드니 전체가 들썩이는 중요한 축제예요. 불꽃놀이에는 최고의 아티스트와 테크니션들이 참여한다고 했습니다. 시에서는 시장의 초댓말이 담긴 행사 가이드북을 배포하고, 홈페이지가 열리고, 시내 곳곳에 몇 일 전부터 플랭카드가 붙고, 미디어도 미리부터 이런 저런 보도를 합니다.

오후 두 시 반, 먹을 것을 잔뜩 싸 들고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가 보이는 공원에 앉았습니다. 불꽃놀이가 보이는 시내의 여러 장소 별로 수용 인원이 다른데, 가장 인기 있는 이 곳은 6천명이 되면 입장을 제한합니다. 보통 다섯시 정도가 되면 문을 닫는답니다. 이미 사람이 가득했어요. 텐트 친 팀도 여럿 보였고요. 아예 이 곳에서 전날 밤 자는 사람들도 있다더군요. 이 날은 이 쪽으로 오는 맥콰리 거리(Macquarie street)에서부터 요원들이 인원을 통제하고 가방을 검사합니다. 유리 용기와 주류, 제대로 포장되지 않은 음식물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요. 그런데 이 날 따라 왜 그리 간절하게 와인이 마시고 싶었는지, 저는 기어코 와인 세 잔 정도를 가지고 들어갔습니다. 흠흠. 정작 금방 뜨끈뜨끈해져서 맛은 없었어요.

내가 사이다로 보이니

간만에 여름다웠던 날, 맑아서 좋았으나 땡볕은 무척 괴로웠어요. 이제나 저제나 퇴근하는 장군을 기다리는 두 시간동안 소라 과자 한 봉지를 다 먹으며 버텼습니다. 많은 사람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선탠을 합니다. 그냥 훌렁 옷을 벗기도 하고요. 말할 수 없이 뜨겁고 햇빛을 가릴 아무 도구도 없어 저도 아예 벗으려다가.. 반쯤만 벗고 참았습니다. 그러나 해가 저 쪽으로 넘어가고 나니 슬슬 축제 분위기도 무르익고, 가져온 음식들과 장군이 퇴근하며 포장해 온 해리네 파이-정말 맛있어요!-로 맛있는 저녁도 먹고, 데려간 월리(아이패드)로 영화도 보고 글도 쓰고,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. 불꽃놀이도 근사했지만 실은 해 진 후 시원하고 탁 트인 곳에서 먹고 노는 시간도 즐거웠어요.

다시는 이런 짓 못하도록 올리는 사진. V는 손가락으로만 그리는 거야.

'초속 오센티미터'와 '엑스맨의 탄생'을 보았어요. '초속 오센티미터'승.

20세기 최고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 (..)

글도 썼습니다, 그것도 열심히.

아홉시에 첫 번째 불꽃놀이가 시작됐습니다. 모두들 카메라를 들고 금새 흩어지는 불꽃을 잡으려 애씁니다. 바다 이 편과 저 편에서 불꽃만큼이나 반짝이는 수만개의 플래시도 장관이었어요. 아홉시 불꽃놀이가 끝나자 항구에 정박해 있던 크고 작은 배들이 일제히 불을 켰습니다. 귀여운 깜짝 쇼에 모두들 박수치면서 좋아했어요. 까만 밤 까만 바다에 불 켜고 가만히 머무는 배, 근사하더라고요. 

자정 직전이 되자 하버 브리지 전광판에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, 본격적인 축포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. 모두들 열광적으로 환호하며 주변의 사람들과 새 해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. 역시 좋은 순간은 여러 사람과 나누면 기쁨이 더해지는 것 같아요. 낯선 이들과 포옹하며 가족들과 친구들이 이 곳에 함께이면 얼마나 좋을까, 잠깐 생각했습니다.

"단 한 번이야" 하고 단단히 마음 먹고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다녀 온 불꽃놀이, 가기를 정말 잘 했다 둘이 내내 얘기했어요. 종일 즐겁고 행복한 축제였습니다. 

Adieu, 2010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