맨 처음 몸이 말을 안 듣기에 해 본 테스터에 두 줄이 나왔을 때,
사진 보자마자 막 떨렸어. 정말 신기하더라구.
하나님이 오래 전부터 예정하신 인생 하나가 세상에 오는 거잖아.
그런데 우리한테 보내셨구나. 정말 중요한 손님이 오는구나.
도대체 어떤 아이일까?
정말 감동한 눈으로,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얼굴로
그가 이 오글거리는 말들을 하는 순간
어머 오글거려 하고 갈구려는 머리와 달리
그만
마음이 '피어났다'.
환하게 빛이 쪼이듯이.
아, 이건 이건 좋은 일이구나.
이상한 일이지만 기다렸던 아기인데도
막상 두 줄을 확인했을 때부터 그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
유난 떨지 말고 기다려, 하고 스스로 심드렁하게 말한 반면 '기쁘다'는 자각이 없었다.
여행 중에 만난 그 수많은 버려진 아이들,
세상에 아직도 이렇게 부모없이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은데,
부모가 되는데 꼭 생물학적인 내 새끼, 내 유전자를 고집해야 하는 걸까 내내 물었고..
그래서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면서도 솔직히 내겐 절실함보다 의무감이 더 큰 상태였다.
게다가 일단은 그저 몸이 불편했다.
그래서 테스터를 한 거였고.
어쨋든,
그리고 두 번째 테스트를 했을 때,
소변이 닿자마자 진하게 변한 두 줄 테스터를 들고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
(보통은 침대에서 상당히 밍기적대는) 장군은 후다닥 일어나 다시 나를 와락, 안고 좋아했다.
그래서 다시 한 번 생각했다.
이건 참, 기쁜 일이로구나.
그리고 이 일이 기쁜 건,
내가 이 사람과 둘인 덕분이구나.
다른 사람이 아니라
장군과 함께 부모가 되는 게 기쁘다.
담담한 얼굴로 '정말 행복하다'고, 좀처험 하지 않던 말을 하는 이 사람.
한 치도 어긋남 없이 이것이 '우리의 일'이라고 생각하는 이 사람 덕분에 감사하고 기쁘다.
처음부터 엄.청.나.게. 기쁘지 않을 수도 있지.
그렇지만 하루 하루 자고 일어날수록, 조금씩 기쁨이 차오르고 있음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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